보험 일을 하면서 참 많은 분들의 인생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분은 은퇴를 준비하시고, 어떤 분은 자녀의 대학 진학을 걱정하시고, 어떤 분은 갑작스럽게 병을 얻기도 합니다. 저는 고객님의 보험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게 됩니다.
얼마 전, 10년 넘게 알고 지낸 72세 고객님을 만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건강보험과 메디케어 상담을 도와드리면서 매년 두세 번은 꼭 만나 뵈었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전화로 상담을 드렸고, 언제나 부부가 함께 오셨습니다. 말씀이 많지 않으셨지만 늘 점잖으셨고, 상담이 끝나면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을 꼭 하시던 분입니다.
그분은 평생 세탁소를 운영하며 가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오셨습니다.
이민 1세대의 삶은 참 특별합니다. 자신의 꿈보다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온 세대입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집을 마련하고, 자신은 조금 덜 쓰고 덜 입으며 살아오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왔는데 정작 자신의 노후를 위해 준비한 것은 많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바쳐 가족을 지켜 오신 분들이 바로 이민 1세대 어르신들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랫동안 기다리시던 시니어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올해 1월 새로운 보금자리로 입주하셨고, 두 달 전에는 평생 함께했던 세탁소 비즈니스도 정리하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정말 편안한 노후가 시작되는구나.”
이제는 소셜 연금을 신청하고, 필요한 경우 메디케이드 자격도 확인하면서 큰 욕심 없이 소박하고 평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는 위암 말기였습니다.
인생은 우리의 계획표를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보험 일을 하다 보면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면 더 받을 수 있는지만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현금으로 일하면서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혜택을 받으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평생 성실하게 살아오셨지만, 예상하지 못한 질병과 사고 앞에서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을 맞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는 여전히 경제적 자립이 가장 좋은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문장을 더 붙이고 싶습니다.
“가장 좋은 복지는 경제적 자립입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게으른 사람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인생의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위한 사회 안전망(Safety Net)입니다.
암 진단을 받을 수도 있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낼 수도 있으며,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 누구도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실대로 이야기하십시오.
자격이 된다면 당당하게 도움을 받으십시오. 그리고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규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는 것 역시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평생 의존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우리를 잠시 붙잡아 주는 안전망입니다.
이민 1세대에게 은퇴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평생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살아볼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민 1세대 어르신들의 노후만큼은 조금 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힘든 치료 과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수술이 잘 끝나고 건강을 되찾으셔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오래도록 평안한 일상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래 오셨듯이, 앞으로도 두 분이 서로를 의지하며 소박하지만 행복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제는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해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인생은 때로 우리의 계획과 전혀 다른 길로 우리를 이끌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건강할 때 감사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베풀며,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Life is what happens when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
“인생은 우리가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동안 일어나는 것이다.”
— John Lennon 존 레논
인생은 언제나 우리의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복지는 경제적 자립입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걸어가기 어려운 길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잠시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갑니다.








